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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주절주절

음원 사전 유출이 포털 탓입니까?

단 4번 클릭만으로 최신곡이 '내손 안에' -- 동아일보 2008-10-09

불법 다운로드가 단 4번의 클릭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럼 합법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음원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할 의지 따위는 있는지에 대한 얘기는 일단 접어두도록 하지요. 저도 합법 음원을 이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니까요.

위 기사의 전체적인 스탠스는, 뭐 해당 언론사의 사상적 편향성을 차치하고 본다면 완전 어거지로 보기에는 어렵다고도 할 수 있으나, 모든 문제의 책임을 "포털"쪽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군요. 음저협의 고소 때문에 압수수색 당하는 그 수모도 그렇고, 그런 蚤ㅈ같은 행동을 하는 음저협의 사려+매너+개념없음도 이건 뭐.

무엇보다 위 기사의 가장 븅신같은 내용은, 발매전 음원의 사전 유출의 책임까지 포털쪽에 떠넘긴다는 겁니다. 음원 발매전에 포털 음악 서비스쪽에 공급하는 것도 아니지요? 제작 파이널라이징해서 최종 소비자의 손에 CD나 MP3가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로를 거치는지는 알겠죠? 그럼 그 경로 진행 과정 중에서 유출된 음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그 경로를 조져야지, 그게 왜 포털 탓으로 돌아옵니까?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 씨는 “유출 경로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망연자실할 뿐”이라며 “뮤지션에게는 음악이 인생인데, 인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유통, 매니지먼트, 엔지니어, 세션 등 스태프 모두에게 타격을 입혀 제작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행위”라며 “즉시 삭제 등 포털 사이트의 적극적 대처와 자정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뮤지션에게는 음악이 인생인데, 인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맞습니다. 동의하구요, 틀린 말 아닙니다.

그런데 그 다음 단락에서 "유통, 매니지먼트, 엔지니어, 세션 등 스태프 모두에게 타격을 입혀"라고 말씀하셨는데, 미안하지만 음원 유출이라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우선적으로 의심해야하는 1차 타겟입니다. 지금 유출된 음원이 게시된 포털을 조질 문제가 아니라구요. 물론 포털쪽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삭제하고 하는 것이 보다 적극적으로 되면 좋겠지만, 세상에 인터넷 사이트는 포털 밖에 없고, 모든 검색은 포털에서만 합니까? 1차 타겟을 잘못 잡은거라구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기사에 언급된 가수(또는 팀)들보다 여론의 관심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는 서태지는 왜 음원 유출 사고가 없었을까요? 결국 하는 사람들의 의지에 따른 문제라는 겁니다. 유통 채널 및 음반 프레스하고 있는 공장에 대한 확인 및 통제, 이거 못해서 안한 겁니까, 아님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막연히 괜찮겠지 하고 안한 겁니까.

'원더걸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정욱 대표는 "오프라인 음반이 주요 시장인 시절에는 불법 유통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았는데 디지털 환경에선 불법 유통이 정상 유통을 능가할 정도로 커져 피해가 막대해졌다"며 "지금은 많은 회사가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음원 발매 과정에서 방송사 심의실, 뮤직비디오 제작사, 온라인 음원관리 업체 등 많은 곳을 거치기 때문에 최초 유출처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꾸 사전 유출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해야함이 먼저 아닐까요? 정작 필요한 것은 하지 않고 결과를 가지고 "아 씨바 포털 때문에 우리 앨범 망했3. 책임지센!" 이런 발언 곱게 안 들립니다. 물론 저 인터뷰가 가수나 종사자들의 100% 자유 의지냐, 동아일보 조종엽 기자의 유도심문의 결과이냐라는 차이는 있겠지만, JYP의 정 대표님이 인정하신 것처럼 "많은 곳을 거치기 때문에"라는 원인이 있잖습니까. 그 "많은 곳"에 대한 해결은 할 의지도 생각도 없고, 최종 결과가 나온 곳을 조져봤자 그런 일 또 벌어지는 거 아닙니까?

이건 매번 저작권 관련 기사들 볼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어떻게 이 나라의 저작권자들은 스스로 난국을 돌파해볼 의지는 없고 오로지 저작권 침해했다는 사람들 캐조져서 국물 빨아먹는 재미에만 맛들이고 있는지, 이건 저작권자인지 저잣거리 부랑배인지 알 수가 없군요. 껄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