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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식이 많다고 망령이 안 드는 건 아닙니다.

2009/06/02 - 김동길의 Freedom Watch - 교육이 잘못 됐어요

이명박 대통령, 요새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버릇이 없습니까. 이놈들 집안에는 노인이 없습니까. 몇 마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 하여 나를 “망령난 노인”이라며 욕설을 퍼부으니 동방예의지국의 꼴이 이게 뭡니까.

교수님, 지식이 없다고 망령이 드는 것이 아니고, 지식이 많다고 망령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어르신들이 귀에 거슬리는 말씀을 하셨다고 해서 그것에만 발끈하는 것으로 보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새 젊은이"들이 어디 그런 한두가지에만 발끈하겠습니까. 제가 볼 때는 교수님이 되려 그런 외적인 모습 한가지에만 지나치게 "발끈"하시는 것으로 비춰집니다만.

"망령된 노인"이라는 호칭이, 굳이 바지에 똥을 싸야만, 밭에다 된장을 퍼다가 거름을 주어야만 붙을 수 있는 호칭이라 생각하시면 그것이 바로 교수님이 현재의 시국을 올바르게 보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사회의 어르신이라면 - 당신의 표현대로 "겨우" 여든 둘 밖에 되지 않으셨다 하더라도 - 이 시국을 바로 보고, 왜 "못된 요새 젊은이"들이 교수님께 그리 혹독한 비판을 쏟아내는지 정도는 캐치하실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시고도, 그냥 어르신이니까, 교수님이시니까, 미국과 캐나다에도 강연을 다니실 정도로 쉴새 없이 뛰어다니시니까 그냥 넘어갈꺼라 생각하셨다면, 소위 말하는 "석학"이라는 타이틀이 애처로울 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지면 나중에는 꼭 이 한마디로 귀결되더군요.

너 몇살이나 먹었어?!

교수님, 굳이 당신의 연세를 강조하시면서 "못된 요새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라고 강변하시는 것을 보아하면,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나이를 들먹거리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논리고, 지혜고, 하다못해 말빨도 딸리는 쪽에서 쉽사리 휘두르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이지요. 소위 말하는 "석학"이라는 분께서 결국 "나이"에 기대는 모습까지 보이시면 그것이 곧 교수님의 지위와 체면을 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생각하실 수 없으셨나요.

교수님보다 연세도 적고, 배움이 짧은 어르신들의 "지혜"에는 그 어떤 사람이라도 굴복하고 따르게 되어있습니다. "망령된 노인"을 판가름하는 조건은 지식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올리신 "지혜"의 여부겠지요. 나이도 경륜도 지식도 부족한 제가 볼 때, 교수님께서 그리 맹비난을 당하시는 것은 당신의 지식이 모자람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지혜가 아쉬울 뿐일 겁니다. 아마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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