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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소프트웨어

한컴오피스 2007, 3만6천원

[2009-09-10] 베타뉴스 -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핵심역량 강화 사업 전략 발표

TG삼보의 셀런에 인수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이 한/글 출시 20주년을 맞이하여 신버전은 못 내고, 기존 279,400원(처음사용자용)에 팔던 한글과컴퓨터 오피스(이하 한컴오피스) 2007을 홈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하여, 한글날이자 한컴 창립기념일인 10월 9일, 36,000원(VAT 별도)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한다고 합니다. 무려 87% 할인이라면, 정말 파격인거죠.

더군다나, 이번 홈에디션을 구매하면,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한컴오피스 2010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무상으로 진행됩니다. 기사를 보니 기능 제한도 없고, 뭐 다국어 운영체제는 지원 안한다고 되어있는데, 그건 지금 한컴오피스 2007도 마찬가지인걸요. 즉, 기존 28만원짜리 패키지를 냅두고 기능 또는 업그레이드가 제한된 특별판을 내는 것이 아니라, 28만원짜리 패키지를 그냥 확 깎아주는 겁니다.

이번 가격 인하는 11년전 한/글 815 특별판을 1만원에 판매하던 때와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당시 한/글 815 특별판의 베이스였던 한/글 97의 소비자가격이 6만원(VAT 별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할인폭은 이번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고, 또 한/글 815 특별판이 나오게 된 배경이 현재와는 다른 점을 감안하면 한컴의 이번 행보는 정말 파격적입니다. 어차피 개인 대상으로는 안 팔리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산다면 없던 매출이 생기는거니.. 뭐 나름 괜찮은 전략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신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 그런지 기존 70~80% 비용 꼬박 꼬박 치뤄가며 업그레이드해왔던 사용자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습니다. 물론 어제 발표장에서 그런 얘기를 할 것은 아니라고 보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컴 홈페이지에 어제 발표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발표를 안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볼 때는 기존 한/글이나 오피스군 '정품' 사용자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심지어 28만원 주고 처음사용자용 풀 패키지를 구매한 사용자들은 한컴 오피스 2010으로의 무상 업그레이드도 지원 안할 가능성도 있죠. 한컴 관계자분이 보신다면 항변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기존 사용자 대우해주던 회사라면 업그레이드 가격을 처음사용자용 대비 70% 넘게 책정할 일도 없었겠죠(물론 지금은 가격 조정이 되어 65% 정도이지만, 출시 된지가 2년이 넘었고, 조금 있으면 단종인데?).

한/글 출시와 거의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제 PC 생활도 20년이네요. PC 접하고 처음 썼던 응용프로그램이 한/글이었고, 지금까지 MS워드 따위(...)를 외치면서 거의 모든 문서 작업을 한/글로만 하고 있는 저이지만, 참 여러가지로 착잡합니다. 저렇게 싸게 나오는 한컴 오피스 2007 홈에디션마저도 외면하고 싶어지는군요. 씁쓸합니다. 다음 버전 업그레이드 여부를 다시 한번 재고하게 하네요. 다른 분들이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그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쓰는 사용자들에게 과연 한컴이 무엇을 해주었는지 곰씹게 됩니다. 아무리 잡힌 고기에겐 먹이 따위 주지 않는다지만... ⓣ

......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