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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메일

#메일(샵메일) - 우리는 국제 표준 같은거 몰라요

2012-08-28 – 경향신문 - 10월부터 공인전자주소 ‘#메일’ 세계 첫 도입

우리 용명하신 지식경제부에서 @메일 대신 #메일을 쓰라고, 세계 첫 도입하는 공인전자주소라는 걸 만들었다는 보도자료가 뿌려졌습니다. 편도선이 곯아서 몸 컨디션이 엉망인 관계로 맨처음에는 저게 뭔 소리인가 싶었네요. 약 먹고 좀 정신 차리고 다시 읽어보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3

쉽게 말해 전자문서 유통을 위해 신속, 편리, 보안, 발신자/수신자 본인확인, 송달/읽음 부인 방지, 유통 증명서를 통한 법적 효력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 이걸 기존의 메일 시스템(abcd@example.com)이 아닌, 새로운 공인전자주소(abcd#example.com)를 부여하는 새로운 시스템에서 제공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서비스는 기존의 메일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는, 오로지 그 내부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인트라넷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몇가지 문제점

.. 뭐 문제점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렵겠습니다만 일단 생각나는 걸 대충 집어보면,

1.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해야한다. 심지어 해당 서비스는 공인인증까지 거쳐야합니다.
2. 이 새로운 서비스는 기존의 메일 서비스와는 전혀 호환되지 않습니다. 즉, 닥치고 웹서비스 이용 필수.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당찮죠.
3. 해외 사용자의 사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점. 공인인증서. 해외 수출하고 특허 등록하겠다는데, 특허 등록하고 나서 해외에서 써준다는 보장은 누가 해주나요.
4. 기존 등기우편은 우체국에서 독점하고 있는데, 왜 이건 민간 사업자 끌어들임?
5.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서버에 모든 샵메일을 저장한다는데, 거기 털리면 무시무시하겠네요.

도대체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어떤 서비스와도 호환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내놓으면서 메일이라고 이름 붙이면, RFC5322 3.4.1에서 정의한 주소 스펙 정의는 뭐가 되나요. 거기서는 분명히 “at-sign character (“@”, ASCII value 64)”가 구분자로 작용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아스키코드값 까지 찍으면서 반드시 저 문자로만 구분해야한다고 나왔다구요. 근데 #은 뭐냐고.


addr-spec에 아예 정의되어있잖아요 지경부 나으리들.

꼭 이렇게 까면 대안 요구하시는 분들 많죠.

그러면 대안은

대안? 있죠. 아무런 대안도 없는데 객없이 깔까봐.

1. 그냥 지금처럼 하던대로 한다 – 오프라인 등기를 보내던, PDF에 암호 걸던,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는거. 크게 불편한거 없잖아요.
2. PGP/GPG를 전자서명법에서 인정하고, 대신 키 서버를 정부에서 운영. 기존 메일 서비스를 위해서는 메일 클라이언트용 플러그인이나 웹메일 서버 사이드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의 지원.

근데 기사를 잘 보니까 송신할 때 돈을 낸다 하더라구요. 돈을 받아야할테니 대안은 싸그리 무시하고 또 갈라파고스 섬에서 지들끼리 잘났느니 떠들고 할 것 같습니다. 이 나라 IT 정책에 대해서는 그냥 기대를 접었어요. 모르면 가만히 있을 때 절반이나 가는거지, 괜히 아는 척 하면 밑천 다 드러나서 졸라게 씹히는대도, 발전이 없네요. 기가 차서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