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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법령정책

카카오톡 논란과 해명, 핵심을 외면하지 말라

한 대학교수의 부인 살해에 대한 증거 중 하나로 대학교수와 내연녀간 오고간 카카오톡 메시지가 제시되었습니다. 결국 이것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여 살해범의 자백에 큰 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중인 경찰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한 방법은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압수·수색입니다. 가입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통신자료제공요청(전기통신사업법 상 규정), 접속 로그(접속시간 및 접속위치/IP)를 확보하기 위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통신비밀보호법 상 규정)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법 절차로써, 당사자 혹은 제3자의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사법 집행 수단 중 하나입니다.

압수수색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따라 집행되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에서는 실체가 존재하는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및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수사공무원의 행위 보장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현행 법령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내용이 형사소송법에서는 규정되어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사법기관에서는 별도의 내규 등을 마련하여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으며, 보통 디지털 자산에 대한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사업자들도 이 절차에 따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이런 절차를 수행했으며, 사업자가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토달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이슈에 대한 핵심은 압수수색 영장에 의한 데이터 제공이 아닙니다. 왜 삭제한 데이터를 굳이 복원하여(혹은 경찰이 복원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하여) 제공했느냐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삭제된 메시지의 복원이라는 것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 카카오톡측은 아래와 같이 얘기합니다.

삭제된 메시지를 복원하는 것 역시 경찰의 영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카카오측 설명이다. 역으로 경찰이 영장을 제시했을 경우에는 이를 법적으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 강 교수의 삭제된 메시지도 경찰이 영장을 제시했기 때문에 협조한 것이고, 복원작업도 경찰이 직접 해당 저장장치를 복원 전문업체에 의뢰해 수행한 것이지 카카오톡이 간여한 바 없다고 했다.

- 카톡이 감청? “확인안된 메시지만 저장” 머니투데이, 2011-5-27 / http://winm.kr/myp1CO

경찰이 영장을 제시했을 경우 이를 법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맞습니다. 되려 거부하다가는 처벌받으니까요. 거듭 말하지만 카카오톡이 영장 집행에 협조한 것을 가지고 토다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잘 알고 있다니까요.

카카오톡의 인터뷰를 보면 “경찰이 저장장치를 가져다가 복원 전문업체에 의뢰해 수행했다” 라고 이해됩니다. 이 자체는 문제될 것이 아닙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압수수색은 기본적으로 실체가 있는 물건에 대한 강제 절차이기 때문에 “서버 자체에" 대해 압수 영장이 발부되었다면 경찰이 서버 떼가도 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담당 수사 관서는 부산 북부경찰서이고, 카카오톡 본사는 분당에 있습니다.

물론 IDC야 본사에 두진 않았겠죠. WHOIS 때려보니 KINX 안에 있는데 KINX는 도곡, 가산, 분당, 상암에 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어째 되었던 경기도를 벗어나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분당까지 친히 방문해서 서버를 들고 가셨다? 서버라는 놈이 덩치에 안 어울리게 열라 민감하셔서 이전시 무진동차가 필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저 같으면 저런 짓 안합니다. 거기에 IDC에 쳐박혀있으니 반출신청도 해야하고 뭐도 해야하고.. 게다가 복구업체까지 들고 가서 복구한 뒤 다시 가져오고.. 그 복잡한 절차를 수행하느니 저 같으면 그냥 문서 팩스로 보내면서 딱 한줄 더 붙이겠어요. “삭제된 데이터 포함.” 이렇게 하면 업체가 알아서 뽑아주는데 뭣하러 그 고생을 하냔 말이죠. 무슨 국가 변란 사건도 아니고.

카카오톡의 오락가락 해명+변명 덕분에 실제로 그 메시지가 삭제되었다가 복구된 건지, 애초에 삭제되지도 않았던 것인지가 확실치 않은데, 일단은 삭제된 메시지가 복구되었다고 하면.. 더 웃기는게 일일 메시지 유통량이 3억건이 넘는 서비스의 디스크가 아무리 섹터를 별도 할당하더라도 오버라이팅이 안되고 배기냔 말이죠. 거기에 개인용 PC도 아니고 서버니까 분명 싱글 드라이브가 아닌 레이드 구성을 했을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복구가 되는게 더 신기한 상황이란 말입니다. 삭제가 진짜 되었다면. 카카오톡이 말한 삭제가 물리적 삭제가 아닌, flag 달아서 삭제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면 되려 명쾌하겠군요. 그렇게 된다면 카카오톡의 해명은 그냥 뻥이 되겠지만, 설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도록 하지요.

삭제된 메시지가 복구된다는 것은 기술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서비스에 대한 정책적 신뢰도를 낮추는데 일조합니다. 기술적 문제에 대비한 백업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 토달 사람은 없어요. 컴퓨터라는게 묘한 녀석이라 몇날몇일을 쌩쌩하게 작동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정줄 놓고 맛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단 말이죠. 그런 경우를 대비하여 백업을 남기고, 문제가 생겼을 때 백업에서 복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 뭐라 그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복구 결과물이 이번 용도처럼 다른 목적으로 쓰이거나, 심지어 정책적 삭제나 사용자 본인 의사에 따른 삭제 데이터까지 모조리 복구가 된다는 것은 결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신 비밀의 보호가 부정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메시지 없어졌다는 컴플레인이 있기 때문에 삭제 데이터까지 복구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복구할 수 없도록 하는 기술적 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런 걸 제어하려고 정책이 있는 것이고, 카카오톡은 그걸 망각했거나, 무시했을 뿐입니다. 아주 심플해요. 그런 건 사용자를 배려하는 게 아닌, 자기 편하려고 하는 일인거죠.

무엇보다도 카카오톡은 이번 일을 통해, 각 수사관서의 표적이 될게 뻔해요.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각 수사관서에서는 “카카오톡은 삭제된 메시지도 복구해준다는데?”라는 인식이 박힌 상태이지요. 이번 사건과 비슷한 경우 뿐 아니라, 이제는 국가보안법 위반부터 구멍가게 털이범까지 온갖 협조 요청에 시달릴 것이고, 압수수색영장도 뻑하면 날아오겠죠. 그것으로 인해 카카오톡이 시달리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들로 하여금 “내 메시지도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이통사들에게 시달린 것은 상대적으로 가벼워보일 정도로, 카카오톡의 진정한 위기는 지금 막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