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서/투덜투덜

인수위, 올림픽대로 달려는 봤나?

인수위 "올림픽·경부고속 다인승전용차로 도입"
[뉴시스 | 2008-02-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수위가 어제 '올림픽·경부고속 다인승 전용차로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경부고속은 그렇다 치고, 국가 관할이 아닌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관할인 올림픽대로(서울특별시도(道) 88호)에 대해 인수위가 무슨 자격으로 왈가왈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군요. 2MB님하는 이제 서울시장이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라니까요?

서울시도든 국가고속도든 그 문제는 잠시 제쳐두더라도, 인수위에서 올림픽대로에 "다인승 전용차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사실상 버스우선차선제를 실시하겠다는 이 얘기가, 이 사람들이 올림픽대로에 차 끌고 나가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합니다. 그렇게 올림픽대로에서 교통 정체에 고생하는 버스가 가여웠습니까?

올림픽대로에서 운전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올림픽대로에는 시간을 막론하고 버스가 몇대 안 다닙니다. 몇개의 간선 노선과 공항 리무진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그 몇대의 버스를 위해 다인승 전용차로로 포장한 버스 전용차로를 도입해야한다구요? 니미, 어디 아프셈?

올림픽대로는 거의 전 구간이 왕복 8차로, 편도 4차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간선도로로써의 자격은 충분합니다. 문제는 올림픽대로에 연결된 분기점·합류점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에서, 출퇴근 시간의 아비규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출퇴근 시간에 다인승 전용차로를 운영하면, 승용차가 이용할 수 있는 차로는 편도 3개 차로로 줄어듭니다. 아비규환이 더 심각해질 것은 불보듯 뻔하지요.

2MB님이 서울시장 시절 자신의 업적으로 PR하던 대중교통체계 개편.. 뭐 좋습니다. 환승이 필요한 장거리 구간을 가면 차비는 줄더군요(물론 평소 출근시에는 버스 10분만 타면 되는 저로써는 득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내 도로에 버스전용 중앙차선이 여기저기 깔렸죠? 여전히 난리입니다. 뭐 건설전문가·자칭경제전문가께서 교통전문가까지 되긴 어려우니 이해하며 넘어가봅시다.

다시 올림픽대로로 돌아와서, 앞서 말한대로 분기점·합류점이 많은 올림픽대로 특성상, 버스들도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노선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새벽, 아침, 점심, 저녁, 심야 다양한 시간대에 달려봤습니다만, 버스들 보기 참 힘듭니다. 앞서 말한대로 공항 리무진이나 몇개의 간선 버스 외에 볼 수 있는 버스라곤 전세버스 몇대? 그 정도가 다 입니다. 저도 교통에 대해 잘 아는 바는 없지만 그래도 몇년 복작복작한 서울 시내에서 운전을 해본 경험으로는 분기점·합류점에서의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최소한 분기점에서 나오자마자 신호 걸려서 몇분씩 기다리는 경우만 줄어들어도 교통 정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또하나 인수위에서 간과하는 것은 서울 도심, 즉 회사들이 밀집해있는 강북과의 연결입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 강변에 설치되어있는 강변대로와 강남 강변에 설치되어있는 올림픽대로는 상호간 영향을 주는 관계고(교통 정체 발생시 어느 한쪽은 뻥뻥 뚫리고 반대쪽은 꽉꽉 막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또 올림픽대로에서의 평상시 교통 정체가 영동대교와 한강대교사이, 그리고 여의도 구간에 집중되는 것, 즉 강북의 도심으로 진입하기 위한 수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설익은 정책 따위 내놓진 않았겠지만, 그러면 17대 인수위가 아니죠. 다 익을때까지 기다리는 것 따윈 없는 겁니다.

고혈압 환자한테 소화제 처방하는 꼴인데, 이 꼴을 앞으로 5년이나 더 봐야한다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후우.

그리고...

그(인수위 맹형규 간사)는 "경부고속도로나 올림픽대로에 자동징수 시스템을 도입해 다인승차량이 아닌데 다인승차로에 끼어들면 통행료가 자동징수되도록 하는 안"이라며 "마치 올림픽대로와 경부고속도로에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것 같은데 이는 오해"라고 강조했다.

역시, 오해의 정부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