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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법령정책

친고죄 삭제하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2007-08-25] - [디지털데일리] - FTA 후폭풍… SW저작권 비친고죄 전환, 파장예고

한미 FTA 저작권분과에서 합의(?)된 내용대로, 정보통신부에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을 통해 SW 저작권 침해에 대한 친고죄를 삭제하려고 준비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물론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최근 6개월의 기간안에 침해된 프로그램의 시장가격이 100만원을 초과한 자"에 대해 적용된다는 단서 조항이 붙긴 했습니다만, 어도비 포토샵 CS3 하나만 하더라도 9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단서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이 불법 복제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 http://www.spc.or.kr/) 및 사법 경찰관들과 함께 벌인 단속 활동은 사실상 합의에 의한 소프트웨어 구매 유도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습니다. 잘만 되면 서로 윈-윈 될 수 있는 구조일수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국내 소프트웨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불법복제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 또는 한국어로 로컬리제이션하는 비용이 추가된 것이라고 합니다. 윈도 비스타 출시 당시 한국MS에서는 "99% 이상의 사용자가 OEM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내 소비자들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라고까지 주장하는 등 패키지를 제 돈 내고 사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불법 복제로 인한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의 예상 피해액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수모를 겪고 있습니다. 왜 멀쩡히 돈내고 사는 사람들이 개피를 봐야하고, 왜 돈내고 쓰는 사람들한테 개피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기업들은 당연하게 생각해야합니까? 뭣같은 일이죠.

예를 들어, 대표적인 출판·편집 프로그램인 쿽 익스프레스 7.0는 미국 쿽 사이트의 정가가 US$ 749, 한화로 약 70만원입니다(물론 얘네도 다국어버전은 1,499$에 팝니다만-한국어 지원은 안되는군요). 한국어판의 최신 버전인 6.5K는 얼마일까요? 공인벤더인 (주)인큐브테크 홈페이지에서 찾은 공인판매점인 위프로 소프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가격은 에누리없이 2,640,000원입니다. US English 버전에 비해 거의 4배, 다국어버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물론 할인 같은 건 없죠. 뭐 말 잘들으면 프로모션 코드나 주려나요? ㅋㅋ

또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저 유명한 어도비사의 포토샵은 어도비 온라인 스토어 미국에서 US$ 649, 한화로 약 60만원 정도입니다. 어도비 온라인 스토어 한국에서는 947,500원. 와우, 50% 이상 더 부담을 해야하는군요. 한국어 리소스에 대한 비용? 크핫, 어도비 온라인 스토어 한국에서 영문 제품과 한국어 제품의 가격차는 딸랑 500원입니다. 아주아주 유명한 윈도 비스타는 예전에도 얘기를 했으니 굳이 얘기를 꺼낼 필요도 없겠죠? 그나마 가격이 계속 떨어지기는 하더군요. :)

외국계 기업만 그럴까요? 제가 나름 충성 고객임을 자부하고 있는 한글과컴퓨터사의 한/글 가격은 어떨까요? 공식 쇼핑몰인 올소프트에서 조회해보면 한/글 2007 처음 사용자용은 215,000원, 업그레이드용은 154,000원입니다. 업그레이드용 제품의 가격이 처음 사용자용 가격 대비 72% 수준입니다. 이딴 가격 정책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업그레이드 제품 가격이 처음 사용자용 대비 최대 60% 이하인 외국계 기업에 비하면 한컴은 도둑놈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습니다. 업그레이드 제품의 가격이 이따위면 새로운 버전으로 사용자들을 유도해서 락인(lock-in)하는 효과 따위도 없단 말입니다.

SW 업계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개정한다니까 호떡집에 불난것처럼 난리를 칠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들이 책정한 가격이 과연 합리적인가 가슴에 손을 얹어서 먼저 반성을 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것이 선행된 이후, 반성한 결과가 반영된 후,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친고죄 폐지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이 뭐가 먹혀도 먹힐겁니다. 물론 SW 업계쪽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친고죄의 폐지가 외국계 기업에게만 유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만,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이나 국내 기업이나 가리지 않고 뜯어먹힌 회사들을 돌아볼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SW 업계에서 지금까지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무기로, 나름 회사들한테 빨간 줄 안 긋고 강매합의해오면서 좋게 좋게 해온 것도 좋게 본다면 좋게 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아직까지는 그림자가 너무나도 길게 늘어져있군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위원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 현 상황을 너무나도 잘 설명하네요. 아래 얘기하는 걸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반발한다면, 정말 개탄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겠네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죠.

"현재는 저작권자가 과다한 합의금 요구 등 고소권을 강압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뭐 우선은 저렇게 함으로써 용산 백CD등은 수시로 사법경찰들이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니까 그런 쪽으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습니다.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