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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법령정책

애쓴다, 정보통신부.

정부, 인터넷 음란 동영상과 전쟁 선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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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벌어졌던 음란물 게시 사건에 대해, 정보통신부와 수사당국이 강하게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음란 동영상과의 전쟁"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이참에 아예 뿌리를 뽑겠다'라고 선언까지 했군요.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이 전세계 역사상 단 한번도 완벽하게 승리로 끝난 적이 없다는 것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정부 기관쪽의 움직임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정부가 포털사이트에 유포되는 음란물 동영상을 막기 위해 정통부, 수사당국, 포털사업자 등 민-관이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인터넷 음란 동영상과의 전쟁'에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점은 이 정책의 집행이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원인이 18일 야후! 코리아 탑에 노출된 음란 동영상이었기 때문에, 정책 집행의 주된 타겟은 자연스럽게 포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물론 일부 대형 사이트나 동영상 전문 사이트들도 대상이 되겠지만요).

한국 정부기관 규제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나 기술적 지원없이, "이거 해, 알았어? 하라 그랬지? 왜 안해? 안한다 이거지? (실제로 가능한지는 상관없이) 너 벌금 얼마. 땅땅땅" 매사 이런 식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고, 어떻게 하던 간에 오로지 결과물만 원하는, 전형적인 후진국식 규제 정책 수립 및 집행입니다. 그런 정책에 맞추다보니 회사들이 후진국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잖습니까. 그렇다고 경총이나 전경련의 '규제가 너무 많아 한국에서 회사 못해먹겠다'는 식의 칭얼거림을 인정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이 양반들은 뭐만 했다하면 지들 삽질은 생각 안하고 규제 탓만 하죠).

형편이 넉넉한 회사라면야 모니터링 요원을 대폭 늘려서 24시간 내내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모니터링 요원을 쓰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거기에 아무리 형편이 넉넉하더라도 인건비 및 각종 비용 상승이 안 부담스러울 수는 없잖습니까? 그렇다고 정부에서 이런 것에 대한 지원을 해주느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거죠. 책임만 지우고, 부담은 분담하지 않습니다. 해주는 건 없고, 정부에서 지시한 것에 대한 결과물은 산출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겁니다. 그러니 죽어나는 건 회사요, 결과 가지고 거들먹대는 건 정부기관입니다.

또 한가지, 정책의 다른 문제점은 일관성과 꾸준함의 결여입니다. 한번 수립한 정책은 유관 기관과 회사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시효 만료시까지 꾸준히 변경되지 않고 적용되는 케이스는 없다고 보셔도 되겠습니다. 물론, 시장과 사회의 변화에 맞춘 정책의 방향 수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정책 집행은 그렇다기보다는 속된 말로 담당자 맘대로 방향이 마구 바뀝니다. 담당자가 급작스럽게 교체되는 것은 비일비재하고, 정책의 본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시효 만료시에는 완전히 누더기가 되어있죠. 장담하는데, 이번 음란 동영상 대책이라고 불리는 정책의 기조도 1년 못갑니다. 한 6개월만 지나고 담당자 바뀌고 인수인계 제대로 안되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 사라질껄요? 그렇지 않다면야 장기적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지금 회사들에게 부담스럽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모텔에서 불륜/간통이 벌어졌다고 해서 모텔이 책임져야하나?"

어떻게 보면 회사들도 어뷰징을 당한 피해자인데(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완전히 이건 뭐 주범 취급을 받아도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피해자 대우를 해달라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주범 취급은 안해야죠. 하긴, 정보통신부가 그 어뷰저를 잡기 어려우니 손대기 쉬운 회사들이나 들볶는 거겠지만요. 언제나 그런 식이죠. 어디, 얼마나 가나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