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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석궁사건. 쩝.

오늘 하루종일 블로고스피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유명한 석궁사건.

덕분에 성균관대는 석궁관대라는 별칭까지 얻어냈군요.

뭐 어차피 SungKyunKwan Univ.나 SeokKungKwan Univ. 나 약자는 SKKU니 나름 작명센스?

출신 학교 얘기라 그다지 즐겁게 접할 소식은 아니고, 나 입학하기도 전 얘기니까 상세한 히스토리라던지 백그라운드에 대해서는 선배들한테 들어본 적이 있긴 한데 이미 졸업한지도 꽤나 지났으니 패스하지요. 뭐 원칙을 지키려던 한 교수와 현실적으로 타협해야했던 학교와의 충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으려나요.

다만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성찰없이 "법보다 주먹이, 아니 석궁이 가깝다는 현상"에 대한 막연한 가해자에 대한 지나친 동정이라던지, 1996년 11월부터 학교 운영에 참여한 삼성재단에게 엉뚱하게 돌을 던지거나 하는 행동은 타겟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근래 블로고스피어에서 소위 상대적 "마이너"의 행동에 대해 "이런 이유가 있으니 이해는 할 수 있다" 수준을 넘어서 "그런 행동에 적극 찬성한다" 내지는 "당연히 해야한다"라는 극단적인 여론의 쏠림 현상이 보이는데, 뭐 그거야 상대적 "메이저"와 소위 "언론"이라는 집단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행동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그런 집단들이 취하는 행동의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것은 결국 그런 집단과 다를 바 없이 되는, 결국은 개싸움 꼴 밖에 되지 않는 듯 하기도 합니다.

한 개체가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이유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고, 상식적인 것이며, 그 개체가 한 행동에 대한 리액션이 그 개체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국면으로 흘러간다면 그 개체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특정한 행동이 그 개체가 속한 모든 범주의 사회에 의해 형성되고 지켜지는 약속, 즉 일종의 규칙을 위반한다면 행동의 이유에 따라 경중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반드시 약속에 규정되어있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져야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근래, 그런 책임까지도 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많아지는 것 같은 개인적인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사회의 약속, 즉 규칙은 그 지위를 위협받게 되고, 용인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하였지만 결과값은 같은 - 그냥 지나가는 경찰관이 띠꺼워서 석궁을 쏘았다고 하면? -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즉 선례를 만들어주는 것 자체를 막아줘야함이 규칙의 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라고 든 건 극단적인 비유입니다.

그 규칙이 부당할 수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것이니 100%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적 폭력을 통해(사람 안 죽었다고 석궁 들고 위협하는 것 자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눈앞에 장전되어있는 석궁이 어른거린다면 어떠실랑가요?) 해결을 모색, 아니 단순한 분풀이를 하는 행동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용인받을 수 없는 행동이고,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그 분께서는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지셔야할겁니다.

그 분 자체에 대한 평가,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겠습니다. 졸업생으로써 모교의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그다지 유쾌한 일만은 아니니까요.

그 굳건한 것처럼 보이던 황교수의 신화도 결국 무너졌습니다.

밟혀진 학문적 양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날 수 있지만, 죽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뼛가루만 남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