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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메일

한메일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제 사용할 수 있잖아요.

격조했습니다. 사실 쓸 꺼리가 없어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평소에 한메일을 곱지 않게 봤던 것이 문득 생각나서, 오늘은 그래도 같은 동업자인 마당에 한메일이 순간의 선택으로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변(辯)을 좀 해볼까 합니다.

한메일하면 명실상부한 한국내 최대 웹메일 서비스요,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만한 훌륭한 메일 서비스입니다. 거기에 최근 무섭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뭐래도 1위 사업자가 다르다는 느낌을 팍 받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한메일팀의 오랜 고민은 아직도 해결되기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바로, 한메일에서 추진했던 온라인 우표제의 후유증, 바로 "한메일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사이트 가입폼의 그 문구 하나 때문입니다. 온라인 우표제를 중단한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몇몇 사이트에서는 가입폼에서 한메일(@hanmail.net, @daum.net)의 사용을 금지하는 곳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그동안 한메일팀에서 노력을 했을테니 상당히 많은 사이트에서는 한메일 사용 금지 정책이 사라졌습니다만.

짐작하실테지만, 메일 서비스는 포털에서도 수익이 안나는 서비스입니다. 대신 스토리지 증설이라던지, 계속된 기능 개발, 스팸필터 개선 작업으로 돈은 꾸준히 들어가는 서비스구요. 수익만으로 따지면 천덕꾸러기도 이런 천덕꾸러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돈도 못번다"는 소리 좀 덜 들어보려고 배너를 걸고 광고를 집행하지만, 그쪽 매출은 병아리 눈물만큼 나오고, 광고 많다고 사용자들에게는 별 소리를 다 듣습니다. 왜냐, 사용자들의 인식에서는 "웹메일은 공짜"니까요. 내 "개인 영역"에 니들이 뭔데 광고 게시하느냐라고 따지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네, 메일 서비스는 개미나 퍼먹어야하나 봅니다. -_- 각설하고. 

여튼 돈을 못 버니까 "서비스 개선하게 인원 점.."이라는 소리를 HR쪽에 하기도 어렵습니다. 유료 서비스를 붙여보기도 하지만, 유료 서비스 쓰는 사용자가 0.1%라도 있으면 대박입니다. -_- 기존 무료 웹메일로도 충분한데 굳이 유료 서비스를 쓸 필요를 못 느끼는거죠. 게다가 사용자는 자꾸 늘고, 그에 비례해서 메일 수신량도 늘고, DM(Direct Mail) 보내는 쪽은 돈 안들이고 DM 보내서 수익 잘도 만들어냅니다. 이 악순환이 자꾸 계속 되던 차에 한메일은 칼을 뽑아듭니다.

DM 보내서 돈 벌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받아주는 쪽한테도 돈 좀 내지? 도저히 개미퍼먹고는 못살겠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소위 말하는 "온라인 우표제"입니다. 일정 통수 이상 메일을 보내는 기업이나 개인은 수신자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정상적으로 발송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사업자니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꺼라 생각했고, 다른 포털 웹메일 사업자들에게도 동참하기를 은근히 눈치줍니다.

어라?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각 사이트들은 회원 정보에 한메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합니다. 돈을 못 내겠다는 얘기죠. 포털 웹메일 사업자들은 이때다 싶어 한메일을 왕따시킵니다. 거기에 온라인 우표제를 신경쓰지 않는 스팸은 자꾸 늘어만 갑니다. 필요한 메일은 못 받고 스팸이 늘어나니까 사용자들이 이탈합니다. 이탈은 하는데, 깔끔하게 탈퇴하는게 아니라 그냥 계정을 방치해버립니다. 장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ㅁ= 악순환을 끊겠다고 온라인 우표제를 시작한건데, 또다른 악순환이 되었습니다.

사실, 한메일이 추구했던 방향이 틀리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수백만통씩 쏟아붓는 DM을 받아주는 쪽은 돈만 들어가고, 돈 들어오는 곳은 없습니다. 1통당 소요비용이 0에 가까운 이메일 시스템은 보내는 쪽에게는 엄청난 비용 절감, 받는 쪽에게는 엄청난 골칫덩이로 작용합니다. DM을 보내는 쪽은 분명 DM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있을테고, 그 수익은 솔직히 혼자 먹으면 안됩니다. 받아주는 쪽이 있으니까 DM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우체국을 통해서 오프라인 DM을 보내는 경우 우편 요금을 내죠? 한메일은 그 모델을 이메일에 일부 도입한 것이고(개인간 메일에는 과금하지도 않았으니), 그래서 "온라인 우표제"라고 이름을 붙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메일은 온라인 우표제를 통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보내는 쪽에서 설레발치는 건 그렇다치고, 메일 사용자들이 "메일의 유료화"라면서 반발합니다. 사실 사용자들은 돈 들어가는 거 한푼없고, 오히려 정보성 메일이나 영리성 메일 체크하면 그걸 적립해서 다음캐시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한 속내는 잘 모르면서 섣불리 설레발쳐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분들은 계시는 법이지요.

그래서, 한메일은 2005년 6월에 온라인 우표제를 폐지하고, 무료 화이트IP 등록제로 전환했습니다. 네이버의 IP실명제처럼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 그냥 '신뢰할 수 있는 메일 발송자로 등록'하는 제도죠. 그리고 14개월이 지난 2006년 8월에 무료 화이트IP 등록제마저 폐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한메일의 무료 화이트IP 등록제는 KISA 통합 화이트도메인 등록제의 도입으로 폐지한 것인데, 마치 한메일에서 단독적으로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처럼 노출이 되어서 타 메일 서비스 업체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이력이 있습니다 - 당시 제가 쓴 포스트를 참고하세요(다음한메일넷, White IP 등록제 폐지. 혼자만? / 한메일넷, 그러지 마요).

지난 일이니까 그 때 열받고 서운했던 감정은 접어두고(솔직히 진짜 섭섭했습니다), 여튼간에 현재 한메일에서는 메일 발송에 과금을 하지 않습니다. 즉, 순전히 비용 부담하기 싫었기 때문에 가입폼에서 "한메일은 안 받습니다 ㄳ" 하던 시절은 애저녁에, 정확하게 얘기하면 2년전에 끝났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한메일은 안 받습니다 ㄳ" 이게 있더군요. =ㅁ= 좋게 생각하면 업데이트를 못한 것이고, 안 좋게 생각해보면 "한메일 엿먹어봐라"라면서 몽니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아무래도 전자에 해당하겠죠.

한메일, 이제 DM보내도 돈 안받습니다. 이제 그만 사이트 가입폼에서 "한메일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빼주시는게 어떨까요? ⓣ

 

참고로 전 다음 한메일팀 직원이 아닙니다. –_-;

 

[+] 작은 질문 하나.

"Gmail의 메일 본문 컨텍스트 매칭 광고, 즉 AdWords, 혹은 유사한 형태의 광고 상품이 국내 포털 웹메일에서 집행된다"라고 가정하면, 어떠신가요? Gmail은 구글이니까 괜찮고 국내 포털 웹메일은 안된다는 등 빠돌이식 답변은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