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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소프트웨어

ODF(Open Document Format), 그리고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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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ODF(Open Document Forma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에서 ODF를 공식 문서 포맷으로 지정해야한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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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공문서의 포맷 편향성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행망용 워드프로세서의 대표주자인 아래아한글(이하 한/글)의 HWP 포맷이 득세를 하고 있지요. 특정 상용 소프트웨어의 스펙 비공개형 포맷을 사실상 독점 포맷으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행망용 워드프로세서에 아무리 MS Word가 포함되어있다 하더라도 태반의 공공문서는 HWP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사실 공공문서를 직접 수정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Adobe의 PDF 파일도 배포용으로는 충분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문서의 PDF 컨버팅을 위한 솔루션은 Adobe 제품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나와있는 상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는 것이 귀찮아서인지, 아직도 공공문서는 한/글이 없으면 읽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행망용 한/글의 버전은 자꾸 올라가는데, 한/글 뷰어는 2005에서 버전업을 멈췄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위 버전에 추가된 기능을 이용하여 작성된 문서는 뷰어에서 볼 때 일부 구성 요소가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더군다나, 한글과컴퓨터는 이 한/글뷰어 2005 조차도 한소프트 홈페이지에서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재배포도 금지했습니다(허락 받으면 된다는데, 누가 받았을까요).

◆ 한/글 뷰어 2005는 누구나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글 뷰어 2005는 한/글 제품의 구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주)한글과컴퓨터의 허락 없이 재배포하거나 유통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한/글 뷰어 2005에 대한 별도의 고객 지원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공공문서의 포맷 편중 현상은 득보다 실이 많고, 개선되어야할 사항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DF가 공공문서의 독점 포맷으로 채택될 확률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표, 즉 다이어그램 위주의 문서 작성 때문입니다.

MS Word의 DOC 포맷이 행망용에 채택된지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공문서가 HWP로 작성되는 이유는, 한글과컴퓨터 및 한/글에 대한 호불호를 배제하고 얘기하더라도, 한/글이 표 위주의 문서 작성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워드프로세서"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MS Word도 버전업을 거듭하면서, 표 편집 기능을 상당히 강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태생 자체가 문장 중심의 편집을 위주로 하는 문화권이 고향인 관계로, MS Word의 그 탁월한 편집 능력에도 불구하고 표 위주의 문서 작성에 있어 상대적인 약점을 노출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MS Word로도 조금만 노가다하면 한/글 수준의 표를 작성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문서를 각각의 숙련자가 MS Word와 한/글을 통해 각각 작성한다고 가정할 때, 퍼포먼스 측정을 굳이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한/글 쪽이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산출해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장 위주의 문서를 한/글에서 MS Word로 컨버팅할 때는 거의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표 위주의 문서를 컨버팅했을 때 표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공공문서들이 표를 포함하는 것을 감안할 때, MS Word의 표 편집에 사용자들이 만족감을 느끼기가 수월치 않음은 여기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같은 문화권에서 태동한 오픈오피스의 포맷과, ODF의 포맷도 표 처리에 있어서는 결과적으로 MS Word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문화권 차이의 한계입니다.

이제 겨우 1.1 스펙이 나온 ODF가 물론 표에 대한 스펙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표준을 제정하는 사람들이 속한 문화권에서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부분에 대해 스펙을 단시간내로 강화할 수 잇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생산된 HWP 문서들의 처리 문제 때문이라도 특정 포맷을 독점 포맷으로 지정하긴 어려울 것이며, 무엇보다도 지금도 많은데 뭣하러? 하는 공무원들이 그런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떠오르는 행망용 문서 파일 포맷만 하더라도 HWP, DOC, GUL, PDF 등 적지 않은 종류가 있는데,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여기에 ODF를 선뜻 추가하거나 ODF를 주 포맷을 사용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는,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한글과컴퓨터가 "한/글 및 한컴오피스에 ODF 포맷 지원 계획은 없다하긴 하지만 100%는 못한다"라고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배짱을 부리는 건 한컴이 개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공공문서의 사실상 주포맷으로의 위치를 포기할 여지를 준다는 건, 어찌 보면 회사에 있어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한컴은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전의 한컴과 한/글을 사랑하는 한 사용자로써 HWP와 한/글이 여기저기서 무시당하고(누가 그거 쓰냐? 식으로) 욕먹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애국심 마케팅이다 뭐다 하면서 1998년에 한/글이 차라리 MS에 넘어갔어야 했는데라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솔직히 싫고, 밉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의 주장이 한컴에는 입에는 쓰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약이고, 현재의 한컴도 태도를 좀 많이 바꿔야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그런 주장을 보면 한/글 1.2부터 2007까지 15년동안 줄곧 써온, 나름 헤비유저로써 마음 한켠이 씁쓸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컴의 ODF에 대한 소극적인 지원 정책은 '이 사람들이 지금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정말 개념없어보입니다. 현재의 틀에 안주해서, 가격 가지고 장난치고(한/글 2007로 업그레이드를 연례행사처럼 하긴 했습니다만, 도대체 가격 정책 꼬라지가 Windows Vista 스럽습니다) 서비스팩으로 내놓아도 될법하면서 메이저 업그레이드처럼 하고(업그레이드 제품 구매자를 완전히 우롱하는 행위입니다). 한컴이 프라임으로 넘어가면서 회사는 건실해졌지만, 제품 기획력이나 마케팅, 영업 정책 활동에 대해서는 도리어 한/글 97 이전 시절보다도 못해졌습니다. 개발에 대해서는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요. 제발 부탁컨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최소한 마지못해라도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KLDP에서 공공문서의 ODF 채용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서 표준의 하나로 채용되는 것에는 지지의사를 표명합니다. 그래야 제가 사랑하는 한/글도 변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KLDP 쪽에서는 제 견해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게 할꺼면 지지도 하지 마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견해를 가질 수도 없고, ODF 채용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나, 일부 분들의 HWP 퇴출 주장에는 반대하고픈, 한 평범한 한/글 사용자의 소극적 지지라고 생각해주시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