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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주절주절

nProtect(엔프로텍트)에게 띄우는 편지

nProtect, 너 말이지. 여기저기 은행 사이트나 금융 사이트에 불려다니느라 바쁜 건 이해하겠는데, 도저히 참다참다 못해서 한마디 해야겠다.

お前さ、솔직히 인터넷 뱅킹할 때나 강제로 눈물을 머금고 메모리에 띄우면서도 열받는 프로그램인데 말이지, 도대체 너가 무슨 자격으로 Windows Service에 떡하니 자동 로딩으로 등록을 시켜두냐? 개념이 있긴 있니?

내 하도 짜증이 나서, 서비스 콘솔에서 '사용안함'으로 돌려놨는데도 인터넷 뱅킹 한번 들어갔다 나오니까 다시 자동으로 변경해놓더라? 히야,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웜하고 별 차이없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악성코드는 악성코드로 막으란 얘기셔? 그렇게 너의 생존 본능을 어필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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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프로그램 주제에 시스템 관리자 영역을 니맘대로 손대도 되는거니?

아, 물론 너야 무슨 죄가 있겠니. 그게 다 너를 개발한 잉카인터넷이라는 회사와 그런 걸 좋다고 인터넷 뱅킹에 붙이게 하는 금융당국과, 너가 브라우저를 잡아먹던 말던 금융당국에서 시키니까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고객 불편 따윈 아랑곳 않는 은행들이 문제겠지. 그냥 욕먹고 그러는 너가 무슨 죄가 있겠어. 암.

그런데 말이지, 너에 대한 정보를 좀 알아보려고 너의 집(http://www.nprotect.com/)에 잠시 놀러갔다가 황당한 일이 있더라. 글쎄, 난 nProtect를 띄울 생각도 없고, 너네 집에서 너를 얼마나 극찬(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쁘다잖니)하는지 좀 볼 생각이었는데, 난데없이 이상한 얼럿창을 띄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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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품 소개를 보려면, 상단의 제품소개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어. 그런데 그런 걸 인지 못하는 사람은, 무조건 저걸 깔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냥 방문객한테 요구하는 사항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니? 백화점에 윈도 쇼핑 갔는데, 윈도 쇼핑하려면 백화점 신용카드 만들어야한다고 뗑깡 부리는 어거지와 동급이야. 이런 건. 거기에다가, 니네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이런 어처구니없이 많은 정보를 왜 내가 제공해야하니? 감기약 지어다줄까?

너네 집에서 필요한 정보가 아래와 같더구나.

  • OS 종류, 보안패치 여부, 브라우저 버전
  • 개인방화벽 설정, 원격접속 설정 여부
  • 키보드 타입
  • 접속일시, IP어드레스, 하드디스크 시리얼, 랜카드 맥어드레스

후아, 이 정보를 다 모으면 엄청나구나. 개인정보의 집대성인걸? 그런데 그거 아니? 니네 집 대문에 게시해둔 [개인정보보호정책(사실 이것도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의해 개인정보취급방침으로 명칭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냅두고 있구나. 배짱 좋네.)]에 따르면 너네 집에서 수집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아이디, 비밀번호, 연락처, e-mail 주소 그리고 쿠키 밖에 없어. 너네 집에서 스스로 내세운 개인정보취급방침도 정면으로 어기고 있구나. 그리고 설령 저런 것들이 개인정보취급방침에 반영되어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회원 대상 아니니? 왜 회원도 아닌 방문객에게 깔라고 강요하니?

저게 무슨 개인정보냐고? 개인정보는 여러가지 개별 정보를 모을 경우 특정인을 식별하기 용이한 모든 정보를 뜻한단다. 자, 대한민국에서 사는 너른호수는 몇명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Windows XP 서비스팩2를 사용하고, Avant Browser 11.5를 사용하면서 몇년몇월몇시에 특정 맥어드레스가 기록된 랜카드로, 특정한 IP를 통하여 접속한데다가, 하드디스크 시리얼 넘버가 몇번인 너른호수가 전세계 인구 65억명(2006년 기준) 중 몇명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인터넷 뱅킹할 때마다 뜨는 너가 저런 정보를 다 수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설마하니 회사가 개박살날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칠만큼 너네 집 식구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저걸 보니까 너무 궁금해졌어.

이제는, 너가 내 인터넷 뱅킹의 보안 수준을 높여주는지, 아니면 너네 집으로 내 모든 활동을 기록해서 넘겨주는지 의심스럽다. 왠만하면 인터넷 뱅킹 사이트에서 사라져주렴. 나 이제 너뿐 아니라, 정보통신부나 금융당국이 니네집에서 촌지를 얼마 받았는지, 은행 의사결정권자는 접대 좀 쏠쏠히 받으셨는지도 막 의심되는데, 이걸 어째야 좋을까? ;ㅁ; ⓣ